- 기고문> 국민건강보험공단 강남북부지사 김시민 대리
육아를 하며 돌 지난 아기를 산책시키다 보면, 혹시 주변에 아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자동차나 자전거가 있을까, 동선이 혹 겹치는 사람은 없을까 노심초사하면서 항상 주변을 살피게 된다.
그 때 길거리나 골목 어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과 마주치면, 멋쩍게 고개를 돌리거나 황급히 담배꽁초를 발로 밟아 불을 끄는 경우도 있다. 아기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전해지는 듯해 감사하지만, 한편 피차 민망한 상황이기도 하다. 왜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지는 걸까?
세계보건기구(WHO)는 간접흡연을 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임산부가 간접흡연에 노출되면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2024년 2분기 기준 국내 출산율은 0.7 이하인데, 이마저도 저체중아, 조산 및 태아 사망 등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또한 가정 및 공공장소에서의 간접흡연에 노출된 아기나 어린이들은 만성 기침, 천식, 폐렴 등의 호흡기 질환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인데, 미국 공중보건위생국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흡연자와 사는 것만으로도 폐암 위험이 20~30% 정도 높아진다고 하니, 향후 2~30년 후 미래를 책임질 세대의 건강 문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질병관리청의 ‘담배폐해 통합보고서’에서는 지속적인 간접흡연 노출은 하루 5-10개비 정도를 흡연하는 흡연자 수준과 마찬가지로 폐 기능이 저하되는 등, 건강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단지 흡연자 개인의 피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 전반의 문제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지출 현황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으로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이 약 3조 8천589억 원이며, 이는 2011년 기준 1조 7천억 원보다 약 2배 이상 증가하며 국가의 경제에도 큰 손실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부터 담배를 제조ㆍ수입ㆍ판매한 담배회사를 대상으로 흡연폐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 및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담배 소송을 제기하였다.
몇 년의 법정 공방 끝에, 담배 피해 대상자들이 흡연에 노출된 시기와 정도, 생활습관, 가족력 등 흡연 외 다른 위험인자가 없다는 사실들이 추가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1심 청구는 기각되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받은 당사자 및 유족들을 대표하여 2020년에 다시 항소를 제기하였고, 현재 2024년 11월 10차 변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오랜 기다림 끝의 재판 결과가 승소로 이어지더라도 직ㆍ간접적 피해를 받은 당사자의 아픔을 충분히 덮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본 소송으로 담배회사의 책임이 규명된다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아기와 산책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집 입구에서 아기를 안고 담배를 피고 있는 분을 보았다. 행여나 간접흡연이 될까 싶어 고개를 최대한 옆으로 돌려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담배를 집은 손을 쭉 뻗고 담배 연기를 아기에게서 조금이라도 멀리 보내려는 모습은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는 부정애(父情愛)일까, 부정애(不正愛)일까? 육아에 지친 몸을 담배 한 모금으로 달래고 싶고, 한편 간접 흡연이 아기에게 혹시 폐가 될까 걱정도 되고, 얼마나 답답할까.
이는 담배를 끊지 못한 아버지의 잘못인가, 담배 회사의 잘못인가? 답답해지는 공기만큼이나 답답한 마음을 뒤로한 채 그 자리를 황급히 떠나며, 향후 진행될 재판부의 담배소송 항소심 판결 과정에서는 전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담배 회사의 사회적 책임이 심도 있게 다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항소심 승소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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